[EBN] 공정위, ‘플랫폼법’ 사실상 원점 재검토…“백지화 수순은 아냐”
사전지정제 폐기 일단 선 그어…고심 커지는 공정위
조홍선 부위원장 “지정 제도 등 합리적 대안 마련”
공정거래위원회가 그간 정부가 입법을 추진해 온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에서 플랫폼법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백지화’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최대한 빨리 법안 공개 후 의견수렴’ 방침을 사흘만에 뒤집은데다 플랫폼법의 핵심인 ‘사전지정 제도’ 폐기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 공정위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으로 예정됐던 플랫폼법 발표가 무기한 연기됐다. 추가적인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입법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지난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정 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열어 놓고 학계 전문가들과 충분히 검토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의견 수렴을 통해 법안 내용이 마련되면 조속히 공개해 다시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정위가 재검토 대상으로 언급한 ‘사전 지정 제도’는 플랫폼법의 핵심이다. 공정거래법과 달리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으로 두고 사전에 규제하는 내용이 이번 플랫폼법에 담길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규제 대상 지정을 두고도 업계의 관심이 주목됐던 상황이다. 공정위는 매출, 이용자수, 시장점유율 등을 중심으로 규제 대상 기준을 고심해왔다.
해당 제도가 폐지될 경우 플랫폼법의 필요성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질 소지도 있다. 이에 대해 조홍선 부위원장은 “지정 제도가 없어지면 법 제정 취지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사전 지정 제도를 폐기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플랫폼법 공개 연기로 공정위의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당초 최대한 빠르게 법안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의견수렴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고수해왔지만 업계 반발이 이어지고 국회와 미국상공회의소 등의 우려 표명이 이어지자 방침을 뒤집은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플랫폼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많다. 법에 따라 ‘끼워팔기’가 금지되면 무료 멤버십 서비스 등이 사라지고 유료서비스만 남아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소비자단체 컨슈머 워치는 “네이버 웹툰이나 쇼핑, 카카오 선물하기, 로켓배송 규제로 무료 서비스가 사라지고 유료 전환이 되면 소비자 후생이 저해된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가 진행한 반대 서명운동에는 5000명이 넘게 참여하기도 했다.
이재아 EBN 기자
2024-02-08
공정위, ‘플랫폼법’ 사실상 원점 재검토…“백지화 수순은 아냐”-EBN(https://www.ebn.co.kr/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