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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소비자 불편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싸우는 게 내 운명”

• 글쓴이: 컨슈머워치  
• 작성일: 2024.05.20  
• 조회: 165

곽은경(43)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월급도 없이 사명감 하나로 일하고 있다. 누구는 친기업, 반정부, 보수 성향 시민 단체라고 욕하지만, 그녀는 “저는 오직 소비자를 위해 일할 뿐”이라고 했다. 곽 사무총장은 5년간 사실상 혼자 이 단체를 이끌어 왔다.

컨슈머워치는 2014년 야심 차게 문을 연 소비자단체. 2012년 말 대형 마트 영업시간을 규제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자 “소비자를 위하지 않는 법과 제도에 맞서 싸우겠다”며 창립했다. 대중에게 생소한 단체일 수 있지만 로톡 서비스 유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 등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시민 단체 운영은 가시밭길이었다. 사무실 유지 비용조차 나오지 않자 창립 5년 만에 폐업 위기를 맞았다. 그때 곽 사무총장이 나섰다.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을 때였어요. 굿바이 회식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잠이 안 오는 거예요. 그래서 다음 날 ‘제가 맡아서 해보겠다’고 했죠. 이런 단체가 사라지면 다시는 생길 것 같지 않았거든요.”

◇대형 마트 규제 없애려 시작

곽 총장은 소비자 대신 싸우는 투사다. 본캐는 평범한 직장인이고, 부캐가 컨슈머워치 사무총장. “가끔 본캐와 부캐가 헷갈려요. 소비자 니즈에 반하는 정책이 나오면 너무 화가 나서 온 에너지를 쏟아붓거든요.”

-컨슈머워치는 무슨 일을 하나요?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소비자가 불편을 겪으면 저희가 나섭니다. 2012년 유통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대형 마트가 휴일에 문을 닫자 소비자 불만이 많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문을 열었죠.”

-유통법은 아직도 뜨거운 감자예요.

“유통산업을 발전시키기는커녕 퇴행시켰어요. 처음부터 실패가 자명한 법이었지요. 소비자가 전통 시장에 안 가는 이유를 우린 다 알잖아요. 그런데 억지로 대형 마트 문을 닫게 했어요. 전통 시장을 살린다는 목표도 실패했고요. 그런데도 아직도 그 법이 살아 있어요.”

-이제는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을 하면서 대형 마트도 죽어 갑니다.

“그러니까요. 한 치 앞도 못 내다본 법이죠. 끔찍해요. 마트도 구조 조정한다고 난리잖아요. 저는 일자리 없어진 게 정책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컨대, 이마트가 손님이 없어서 망한다면 시장에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렇죠? 소비자의 선택을 못 받았으니까요. 그런데 법이 새벽 배송하는 온라인 플랫폼만 잘나가게 해놓고 대형 마트 발목을 잡은 셈이 됐잖아요.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법을 바꾸지 않아요. 21대 국회는 일도 안 하고 문을 닫았잖아요. 이유가 뭐겠어요? 소상공인, 전통 시장 표를 의식한 거죠. 얄미워요. 그거 때문에 충주, 제주, 춘천 등 지방 사는 소비자는 새벽 배송도 못 받아요.”

-왜죠?

“마트 오픈시간을 오전 10시로 못 박아 집 앞의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가 새벽에 문을 못 여니까요. 법이 사라지면 그 마트가 일찍 문을 열고 새벽 배송을 해주겠죠. 국민들은 ‘왜 우리 집은 새벽 배송이 안 되지?’라고 궁금해하지만 이유를 잘 몰라요. 컨슈머워치가 여의도에 있는 이유를 아시나요?”

-몰라요.

“국회를 째려보려고요(웃음).”

-전통 시장 살리기도 필요하잖아요.

“저는 골목 상권 보호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봐요. 멀쩡하게 잘 이용하던 걸 못 하게 하는 거죠. 전통 시장을 살리겠다면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들지 말고 다른 지원 정책을 내놔야죠. 우버, 타다 금지도 마찬가지예요. 카카오 택시 독점은 국가가 허용한 거예요. 서로 경쟁하게 했다면 지금의 카카오 갑질 논란도 없었을 겁니다.”

◇22대 국회 맞서 일 더 열심히 하겠다

정부 부처와 기관들은 ‘컨슈머워치가 있어서 피곤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이 단체에 신경을 쓴다. 수많은 소비자단체가 대부분 기업을 상대로 싸우지만, 이곳은 거의 유일하게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표적으로 삼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 사정을 알면 깜짝 놀란다. 목소리는 크지만 열악하다. 단독 사무실도 없고 전화도 직원도 급여도 없다. 수십명 정도 회원의 회비로 운영하는데 1년 예산은 2000만원 정도. 정책에 맞서는 논평을 내고 세미나를 열고 정부나 국회 주최 토론회에 나가는 것도 죄다 곽 사무총장 몫이다.

-컨슈머워치가 큰 단체인 줄 알았어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더라고요. 그래도 가성비가 있지 않습니까? 형편은 열악해도 정책을 바꾸고 있어요.”

-가장 큰 성과라면?

“성공한 건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기여한 거예요. 법상 중고차 판매업이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돼 있어서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 등 대기업이 못 들어갔거든요. 정부도 업계도 서로 눈치 볼 때 저희가 강하게 대기업 진출 입장을 냈고 그게 반영됐어요.”

-이유가 뭐죠?

“유튜브에 ‘사기’란 단어를 쳐보세요. 사마천의 ‘사기’가 아니라 중고차 ‘사기’가 가장 상위에 떠요. 소비자는 중고차를 살 때도 대기업 도움을 받고 싶어 해요. 그래야 사기를 덜 당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소비자 편에 선 거죠.”

-또 있나요?

“로톡은 소비자에게 싸고 질 좋은 법률 서비스를 제공해요. 그런데 기득권을 놓치기 싫은 이익집단이 그 플랫폼을 반대했죠. 그래서 저희가 나섰어요. 얼마 전엔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경쟁촉진법을 들고나왔습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배달의민족 등을 규제하자는 건데 소비자가 잘 쓰고 있잖아요. 5000명 넘게 반대 서명을 받았죠. 총선을 앞두고 있기도 했고 저희 입장이 반영돼 논의를 멈췄어요.”

-많은 일을 했네요.

“아직 할 일이 많아요. 사실 윤석열 대통령이 올 초 대형 마트 유통 규제를 풀겠다고 했어요.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지요. 그런데 21대 국회가 아무것도 안 했죠. 총선 결과를 보니 22대 국회엔 더 열심히 일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 정부는 어떤가요?

“윤석열 정부의 화두가 자유예요. 도서정가제도 풀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도 추진하고, 사과 수입도 검토하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국회가 민주당이 다수당이니 바뀐 게 없어요.”

-문화체육관광부의 홀드백도 반대하고 있죠?

“영화관을 살리겠다며 상영 6개월이 지나야 OTT에서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거예요. 소비자 입장에선 황당하죠. 스크린쿼터제부터 없애야 합니다. 규제를 만들면 처음에는 누군가를 보호하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그런데 시장이 너무 빨리 바뀌니까 왜곡되거든요. 한국 영화 살리는 줄 깜빡 속았잖아요. 지나고 보니 인기 없는 영화 상영관은 텅텅 비고 용산 CGV 아이맥스관 관람권은 웃돈 주고 팔려요. 다 엉뚱한 규제 때문이에요.”

◇세상 바꾸는 게 내 사명

곽 사무총장은 ‘돈도 안 받고 이 일을 왜 하나요?’라고 묻자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 규제에 왜 반대하느냐는 질문만 받았지, 이런 질문은 처음이라서요. 한 번도 보상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아는 게 병인 거 같아요. 알고 있으니까 바꾸고 싶은 거예요.”

-사서 고생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사명감이 있어요. 우리나라는 IT 등에서 엄청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요. 판사보다 AI가 판결문을 잘 쓰는 시대예요. 그런데 규제 탓에 사회가 퇴행하고 있어요. 비대면 의료도 기득권과 법에 막혀 있잖아요. 레벨업을 해야 대한민국의 다음 먹거리가 생겨요. 그걸 아니까 규제와 싸우는 거예요.”

-컨슈머워치는 친기업 단체인가요?

“기업이 좋아서가 아니에요. 소비자가 좋은 기업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해서죠. 그런데 우리 정부는 어느 기업이 좀 잘나간다 하면 규제하기 바빠요. 기업이 망하든지 말든지 그건 소비자의 선택인 거예요. 그냥 두면 기업끼리 경쟁하고 그 속에서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겠죠. 그렇게 뒀다면 삼성 같은 기업이 몇 개는 더 생겼을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기업 편은 아니네요.

“다른 단체처럼 기업을 때려야 기업 후원금도 많이 받을 텐데요. 하하. 저희는 끝까지 소비자 편입니다.”

-최근엔 시민 단체들이 국민 지지를 못 받아요.

“정치색 있는 활동을 하니까요. 리더급들이 정치적 꿍꿍이가 있고 특정 정부에서 각종 요직을 차지하다 보니 변질됐죠. 소비자 관련 단체들도 반기업 정서가 강해요. 기업이 좋은 서비스 내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모든 기업을 반대하게 됐죠. 소비자와 상관없는 정치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고요. 그들도 기득권이 된 게 아닌가 싶어요.”

-시민 단체에서 일하려고 하는 청년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극소수지만 있어요. 사회 참여 의식이 있는 청년들, 피가 끓는 청년들이 사회를 바꿨으면 해요. 단체들이 지금이라도 청년의 소리를 많이 들어야 해요.”

-정치 제안은 안 받았나요?

“(침묵) 아마 없을걸요. 하하. 저는 직접적인 활동보다 쓴소리하고 감시하는 게 마음 편해요. 그리고 저 빠지면 이 운동은 누가 하나요?”

곽 사무총장은 올해 컨슈머워치가 창립 10주년을 맞은 것도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10주년이네요. 이슈가 너무 많아서 올해 초부터 정부와 싸우느라 바빠서 깜박했어요. 컨슈머워치는 20년, 30년 뒤에도 열심히 일하고 있을 겁니다. 정부가 소비자를 불편하게 하지 않는 그날까지.”

2024-05-18

“소비자 불편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싸우는 게 내 운명”-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national/weekend/2024/05/18/5FIRJY46PJFDZBIFJJWKHJGM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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