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불확실성을 헤쳐 나가는 지혜로운 경영
세계경제가 짙은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급격한 통화량 변화와 금리 변동이 불러온 후폭풍이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하는 가운데 부동산 및 건설 경기 또한 긴 겨울을 지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초래한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무역 질서 교란은 환율과 자본시장의 변동성을 키워 경영의 시야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더욱이 생성 AI(Generative AI)는 단순한 챗봇을 넘어 인공 일반 지능(AGI) 시대로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예상치 못한 헌법재판소 탄핵 판결 지연으로 인해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도 깊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신용평가 기관 피치(Fitch)는 최근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2.1%에서 1.7%로 낮췄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 또한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낮췄다. 상대적으로 견조했던 미국 경제도 최근 불확실성 지수(EPU)가 급등해 트럼프 정부 초기의 최고치를 초과했고, 자본시장 변동성 지수(VIX) 역시 급상승했다. 또한 미시간대의 소비자 심리 지수는 최근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한국의 소비 심리도 위축을 지속하고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 경영학 이론과 역사적 교훈은 무엇을 말해 주는가.
첫째, 경영 전략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 ‘성장’과 ‘생산성’이라는 두 개의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라고 비유한다. 시장이 위축될 때 성장을 목표로 하는 전략은 무모하고 위험하다. 이때는 생산성 향상과 원가 구조 개선을 통해 체력을 비축하고, 시장이 회복될 때 다시 성장 전략을 펼칠 준비를해야 한다. 또한 드러커는 이 두 태양을 ‘고객(customer)’과 ‘혁신(innovation)’으로 재정의하며, 불확실성이 클수록 기업의 본질이자 생존 기반인 고객과 혁신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둘째, 불확실성이 높을 때는 때로 기다림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요구를 명확히 알 수 없을 때는 가능한 한 여러 옵션을 시장에 제시하고 반응을 살피는 접근도 중요하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저자로 유명한 톰 피터스(Tom Peters)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전통적 전략인 Aim-Ready-Fire(조준-준비-발사)가 아니라 Ready-Fire-Aim(준비-발사-조준) 방식을 추천한다. 즉, 과도한 분석에 매몰되기보다 신속히 행동하고 시장의 피드백을 통해 전략을 조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삼성전자가 아이폰 등장 이후 다양한 모바일 운영체제(OS) 제품을 선보이며 결국 안드로이드로 노키아를 제치고 시장을 선점한 사례가 좋은 예다. 지금의 생성 AI 기술 역시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 시도하며 시장의 반응을 통해 방향성을 조정할 수 있는 분야다.
셋째, AI 같은 패러다임 전환기의 불확실성을 맞닥뜨렸을 때, 경영자는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세 가지 관점을 균형 있게 관리해야 한다. 세계적 경영학자 비제이 고빈다라잔(Vijay Govindarajan)은 이를 ‘The Three Box Solution(스리 박스 솔루션)’에서 제안하며, 기업이 과거 성공 방식에 매몰돼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는 실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소니가 디지털 전환에 늦었고, 노키아가 스마트폰 등장에 대응하지 못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과거의 성공 방식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변화에 대비해야만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불확실성은 위기이자 기회의 다른 얼굴이다. 시장 혼란은 새로운 승자를 탄생시키는 전환점이다. 우리 기업이 지금의 불확실성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기회로 전환하는 지혜롭고 용기 있는 경영을 펼쳐가기를 기대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 겸 컨슈머워치 공동 대표
칼럼 링크: https://economychosun.com/site/data/html_dir/2025/03/28/20250328000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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